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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창 시절 이어폰을 끼고 라디오를 처음 들었던 때가 기억난다. 당시에는 라디오를 들으며 공부하거나 노래를 녹음하는 것이 유행이었던 때라 친구들이 하던 걸 나도 따라 했었다. 노래 가사를 들으며 적거나 하는 일이 왠지 모르게 굉장히 멋있다는 착각과 함께 자아도취에 빠졌던 추억이 남아있다.
꽤 많은 시간이 지나 결혼을 하게 됐고 아이도 태어났다. 집에서 하루 종일 아이를 돌보느라 바쁜 탓에 나를 위한 시간은 없었다. 나중에는 말하는 법조차 잊어버릴까 싶었는데, 아이가 낮잠을 자는 짧은 시간에 스마트폰 앱으로 듣는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사연과 노래가 육아로 지친 나에게 휴식이자 세상과 소통하는 창구가 되어 주었다.
라디오를 계속 듣다 보니 좋아하는 프로그램도 생기게 되고, 처음에는 그저 듣는 것에 만족했던 내가 작은 용기를 내보기로 마음먹었다. 그래서 라디오 방송에 문자를 보내고 사연을 쓰는 것에 도전하게 됐다. 가벼운 마음으로 당첨되지 않더라도 그만이려니 생각했었는데 뜻밖에 작은 상품이, 이를테면 이불이나 불고기, 청소 용품 등이 당첨되기 시작했다.
이후 점점 재미가 붙었고, 나중에는 전화 통화를 연결해 퀴즈를 맞추는 프로그램에도 참여하게 됐다. 참여하는 코너가 시작하기 전 광고가 흘러나올 때 방송국에서 전화가 왔는데, 그때부터 무척 떨리기 시작했다. 어찌나 목이 바짝바짝 타들어 가고 누구 하나 보는 사람도 없었는데 왜 이리 목소리가 떨리던지…. 어느새 아이는 훌쩍 커 버렸고 요즘에는 최신곡을 들어도 누가 부른 노래인지, 제목이 무엇인지도 기억을 못하지만, 학창 시절 라디오에서 듣던 사연과 노래는 공부의 지루함과 고통을 잊게 해주었고, 엄마가 되어 다시 들은 라디오는 출산 후 육아로 지친 나를 세상과 연결해주는 통로가 됐다.
그리고 세월이 지난 지금도 라디오는 평범한 내 일상을 반짝이게 해주는 즐거운 경험이 되고 있다. 앞으로도 나를 기쁘게 하는 라디오를 향한 애정은 언제나 변함없을 것 같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