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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양산메아리/구민투고

12월호 메아리톡: 계양 사랑/텅 빈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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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양에서 살게 된 지 벌써 13년 차가 됐습니다. 처음, 계양산을 보고 그 말의 유래를 찾아보았던 기억이 납니다. 계수나무와 회양목이 자생하는 곳, 계수나무가 많아 계양산이라 불리게 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경인교육대학교에 다니는 아들과 두 칸짜리 방에서 알콩달콩 살았습니다. 공항으로 출퇴근하면서 어렵사리 살림을 이어갔습니다.

 

2010년 10월 5일, 아들은 엄마 선물이라며 작은 강아지 한 마리를 안고 들어 왔습니다. 초롱초롱한 눈과 브이자 턱선이 너무 예뻐 ‘순이’라 이름 짓고 애지중지 키웠습니다. 그렇게 순이는 열두 살이 됐고, 아들은 멀리 지방으로 내려가 단출한 집에는 적막만이 흐르게 됐습니다.

 

하지만 집 근처 거리와 상점들에 많이 익숙해졌고, 인정 많고 마음 따뜻한 이웃들도 여럿 만났습니다. 다니는 은행의 창구 직원이 얼마나 상냥하고 친절한지, 어느 미용실은 커트를 잘하고, 어느 미용실은 파마를 잘한다는 것도 알게 됐고, 어느 마트는 할인 혜택이 좋고, 어느 카페의 커피 맛이 좋은지, 시장 안 어느 떡집이 맛있는지 등도 모두 알게 됐습니다.

 

우리 동네 어느 짬뽕 가게의 맛은 일품이며, 얼마 전 새로생긴 보리밥집에는 열무김치가 환상적입니다. 솜씨 좋은 반찬집도 알았고, 서비스가 훌륭한 용달차 사장님도 알게 됐습니다.

 

한결같은 시장 사람들, 꼭두새벽에 지하철을 타기 위해 출근을 서두르는 동네 사람들 모두가 존경의 대상입니다. 몸이 불편한 어르신을 한참 동안 기다리며 버스에 타고 내릴 때 끝까지 배려해준 버스 기사님은 감동이었습니다.

 

저마다 열심히 사는 모습, 그 부지런함과 싹싹함은 절로 미소를 머금게 합니다. 언젠가 고향에 내려가 어머니 장례식을 마치고 인천으로 돌아오면서 생각했습니다.

 

‘아, 이제 이곳 계양이 내 고향이구나.’ 경인아라뱃길 전망대에서 보이는 아름다운 노을과 물줄기, 계양산 둘레길과 수도권매립지 드림파크 등 계양과 그 인근에는 적적함을 달랠 명소가 많습니다. 풍족하지는 않지만 정겨운 두 번째 고향, 정다운 사람들이 함께하는 계양이 좋습니다.

 

남은 한 가지 바람이 있다면, 언젠가 좋은 벗을 만나 이 고장 계양을 대표할 노래 한 곡조 만들어 보고 싶습니다. 제목으로 ‘계양산 연가’나 ‘계양 블루스’는 어떨까요?

 

앞으로, 계양을 더 많이 사랑하겠습니다. 그래도 되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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