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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주 만나는 선배를 승용차로 태우러 갔더니 “어떻게 이쪽으로 왔어?”라고 묻는다. 나는 대뜸 “우리 집 앞 골목길이 달라졌어요”라고 말했다. 이상한 듯 선배는 “무엇이 어떻게 달라졌는데···?” 나는 면박을 주듯 “같은 지역에 살면서 모르시는군요. 골목길을 확장하고 포장도 해서 우리 동네가 얼마나 편리하고 좋아졌다고요. 이제는 좁고 어둑했던 예전 골목이 아니에요. 하늘에서 내려온 별 그림과 아름다운 조명으로 도로가 환해졌다니까요.”
나는 20년 넘게 효성동에 살고 있다. 사실, 이사 오기 전부터 효성동 골목길에 대한 이미지가 그리 좋지만은 않았다. 워낙 오래된 원도심이기도 했거니와 이사 와서 보니 골목은 좁고 포장도 오래되어 물웅덩이가 한두 곳이 아니었다. 게다가 골목 곳곳 정리되지 않은 쓰레기 더미도 눈에 띄었다. 집 앞 샛길에서 차를 몰고 골목길로 빠져나갈 때도 불편함이 있었고, 전봇대도 전선과 통신선이 실타래처럼 얽혀있었다.
원도심 골목의 밤길은 어둠이 진 치기에 알맞은 곳이기도 했다. 희미한 가로등 불빛에 의지해 걸음을 옮길 때는 안전사고에 대한 방어기제가 발동하기 일쑤였다. 이랬던 우리 동네 골목에 변화의 바람이 일기 시작했다. 어느 날 큰길에서 골목길 로 들어오는 모퉁이에 ‘공사 알림판’이 세워졌다.
기사들이 골목길을 측량하더니 , 중장비로 담장을 헐고 전봇대를 옮기며 길을 확장했다. 도로 포장도 깔끔히 새롭게 하고 길가에 선도 선명하게 그었다. 이전에는 골목길에 자동차 한 대밖에 다닐 수 없었는데, 이제는 넉넉하게 차량이 오갈 수 있도록 폭도 넓혀졌다. 골목길에서 좀 더 들어간 샛길도 덩달아 개선됐다.
쓰레기 분리수거와 음식물 수거 청결은 물론이고, 화분대 설치와 샛길에 어울리는 별 그림, 밤이면 지면에 설치된 조명 장치가 멋진 빛을 발산한다. 그야말로 살기 좋은 쾌적한 공간으로 탈바꿈한 것이다. 아침이면 집에서 아름다운 샛길과 골목길을 거쳐 큰길로 나서고, 저녁때면 큰길에서 아름다운 골목길과 샛길을 거쳐 집에 돌아온다. 효성동 골목은 어느 때나 걷고 싶은 길이 됐다. 달라진 골목길을 걷다 보면, 마음 한편에 자리한 생각이 뭉게뭉게 피어오른다.
‘개선된 환경만큼, 동네 사람들의 모습도 더 아름답게 피어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우리 동네 샛길과 골목길이 변화된 것처럼, 효성동 골목길이 아름다운 사람들이 모여 사는 삶의 터전이 되기를 꿈꾸어 본다.
바글바글 들썩들썩
사대(四代)가 한집에
허리 펼 틈이 없네
노모에 갓 태어난 손주까지
자꾸만 지쳐 가는 몸과 마음
당연한 듯 알아주는 이 없고
저녁 설거지 마치면 지친 몸 이끌고
온종일 쏟아 낸 쓰레기봉투 집어 들고
조용히 집을 벗어난다.
어두워진 집 앞 놀이터
덩그러니 매달린 빈 그네에
잠시 몸을 맡기고
밤하늘을 바라보다가
달빛 벗삼아 터덜터덜
걷다 보면 집 나간
나의 혼 반갑게 만나
토닥토닥 위로하며
어깨동무하고
다시 돌아온다.